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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눈치 보는 이유,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

by eunjoo0424 2025. 5. 13.

경기장에서 자꾸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축구를 하는 저희 아이를 보며, 멘털 회복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긴장된 순간마다 부모로서 어떤 말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어떻게 하면 마음 편히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 수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감독님, 동료 선수, 부모님, 관중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질수록 아이는 집중력을 잃고,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 진짜 문제는 ‘실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바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뇌와 몸의 반응 상태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는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해 온 중요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 우리는 장점으로 성장한다

모든 기술을 다 잘하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결국 자신이 특출 나게 잘하는 3~5가지 기술로 승부합니다.

문제는,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단점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점은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와 시선을 단점에 쏟으면, 오히려 실력은 더디게 자랍니다.

실제로 운동을 하다 보면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짜증이 나죠.
그 이유는 기술이나 팀 상황 때문이 아니라,
나의 몸 상태, 심리 상태 때문입니다.

해석의 차이가 결과를 만든다

같은 경기에서 한 선수가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고,
"나는 역시 부족하다"라고 느끼는 선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현상 → 해석 → 욕구 → 생각(계획) → 행동 → 보상의 구조를 따릅니다.

이 6단계는 모든 습관 형성의 기초입니다.

  1. 어떤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 경기에서 패배)
  2.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해석합니다. (긍정/부정)
  3. 해석에 따라 욕구가 생깁니다. (보상/위로/회피)
  4.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5. 행동으로 옮기며,
  6. 보상을 받습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해석이 부정적이면, 나머지 모든 흐름도 부정적으로 반복되게 됩니다.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 감정 조절의 중심축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핵심 기관은 편도체(Amygdala)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입니다.

편도체 – 뇌의 비상벨

  • 위험, 공포, 불안을 감지하는 뇌의 원초적인 감정 센터입니다.
  • 긴장하면 소화도 안 되고, 말이 막히고, 생각이 안 나는 이유는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전전두피질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 원시 시대에는 맹수나 위협을 피하기 위한 생존 기전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시험, 시합, 면접 등에서 과도하게 작동하게 됩니다.

전전두피질 – 이성, 계획, 해석의 중추

  • 문제 해결, 감정 조절, 계획 수립 등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입니다.
  • 존중과 사랑, 자제력, 설득력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 하지만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전전두피질 기능은 자동으로 약화됩니다.

이 두 부위는 마치 시소처럼 작동합니다.
불안하고 긴장할수록 편도체가 올라가고 전전두피질은 잠잠해지며,
우리는 제대로 해석하고 판단할 힘을 잃게 됩니다.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이 강조하는 공통점

칼 프리스턴 (Karl Friston) – 능동적 추론 이론

1. 칼 프리스턴은 누구인가?

  • 세계적 신경과학자, 인간 뇌의 예측 메커니즘을 연구
  • 뇌 영상 분석 기술과 ‘예측하는 뇌’ 개념의 선도자

2. 능동적 추론 이론이란?

  • 뇌는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예측한다
  • 예측과 실제 정보 간 오차를 줄이기 위해 행동하거나 인식을 수정
  • 이 과정을 반복하며 뇌는 자기만의 세계 모델을 업데이트한다

3. 핵심 구조

예측 → 오차 인식 → 행동 or 인식 조정 → 보상 → 학습

4. 감정과 습관에 적용하면?

  • 부정적인 예측(예: 난 못할 거야)은 실제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줌
  • 반복되면 뇌는 그 예측을 ‘사실’처럼 받아들임
  • 예측을 바꾸는 새로운 경험이 반복되면 뇌는 바뀐다
    (→ 회복탄력성, 습관 변화의 핵심 원리)

5. 심리학과의 연결

  • 인지 행동 치료(CBT), 마음 챙김, 습관 형성 이론과 유사
  • 감정을 다루는 방법은 ‘해석과 예측’을 훈련하는 것

안토니오 다마지오 (Antonio Damasio) – 신체 표시 가설

  • 안토니오 다마지오: 세계적 신경과학자
  • 대표 저서: 『데카르트의 오류 (Descartes’ Error)』

2. 핵심 이론: 신체 표시 가설

“감정은 생각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몸에서 먼저 생긴 반응이 뇌로 전달되며 형성된다.”

3. 작동 원리

  • 사건 발생 → 몸에서 생리적 반응 (심박, 긴장 등) → 뇌가 이를 감정으로 인식
  • 이때 형성된 ‘감정 신호’가 미래의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줌
  • 반복되면 뇌는 이 신체 반응을 ‘표시(marker)’처럼 기억

4. 의미

  • 감정은 비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 상태와 연결된 뇌의 의사결정 도구
  • 스포츠, 발표, 시험처럼 긴장되는 순간에도
    몸을 안정시키면 감정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김주환 교수 – 해석 기반 감정 조절 연구

1. 누구인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감정 조절, 회복탄력성, 몰입 분야 전문가
  • 대표 저서: 『회복탄력성』, 『나는 누구인가』

2. 핵심 개념

“감정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3. 작동 원리

  • 같은 사건이라도 해석 방식에 따라 감정 반응이 달라짐
  •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해석된 결과
  • 이 자동 반응을 의식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훈련이 감정 조절의 핵심

4. 특징과 적용

  •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다르게 보려는 시도’를 훈련
  • 회복탄력성이란 긍정적인 해석을 지속할 수 있는 힘
  • 실전 적용: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해석하는 훈련 → 멘털 회복력 강화

아브라함 매슬로우 (Abraham Maslow) – 자아실현과 몰입

1. 누구인가?

  • 미국의 심리학자
  • 인간 중심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의 창시자
  • 대표 저서: 『동기와 인간행동(Motivation and Personality)』

2. 핵심 개념: 욕구 위계 이론

인간은 생리적 욕구 → 안전 → 소속 → 존중 → 자아실현 순으로 동기 부여됨

3.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이란?

  •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는 상태
  •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삶에 몰두하며 진정한 가치를 추구함

4. 몰입(flow)이란?

  • 어떤 활동에 완전히 빠져 시간, 불안, 자의식이 사라진 상태
  • 자아실현을 경험하는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

5. 적용 포인트

  • 자아실현은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자기 다운 삶을 사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음
  • 몰입은 성장과 행복의 중요한 신호
  • 내가 몰입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시작

퀸틸리아누스 – 수사학의 힘과 설득의 본질

1. 누구인가?

  • 로마 시대 수사학자 (1세기경)
  • 고대 로마 최고의 웅변 교육자
  • 대표 저서: 『웅변가 교육론 (Institutio Oratoria)』

2. 핵심 철학

“좋은 연설가란 선한 사람이어야 한다.”
→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과 신뢰를 바탕으로 설득해야 함

3. 설득의 핵심 요소 2가지

  • 호감(Ethos): 인간적인 따뜻함, 진정성
  • 신뢰(Credibility): 전문성, 진실성
    → 사람을 설득하려면 상대에게 사랑과 존중을 줄 수 있는 태도가 바탕에 있어야 함

4. 영향력

  • 이후 서양 수사학·교육학에 큰 영향을 줌
  • 인성과 말하기의 결합을 강조한 최초의 체계적 이론가 중 한 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 감정은 몸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강조
  • 해석이 감정을 만들고, 감정이 행동을 결정짓는다는 체계 정리
  •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개념을 통해, 뇌는 ‘반복된 경험’으로 재구성 가능하다는 메시지
  • 회복탄력성, 자기 존중감, 사랑과 존중의 실천이 궁극적 변화의 열쇠임을 강조

이 모든 연구는 사람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올바른 방식으로 훈련하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해결 방법 – 몸이 바뀌면 해석이 바뀐다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몸과 뇌 상태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핵심은 습관입니다.
해석이 어렵다면, 계획부터 바꿔야 합니다.

  1. 음식 루틴 – 혈당 안정, 소화력 강화로 불안감 감소
  2. 수면 루틴 – 전전두피질 회복에 필수
  3. 호흡 루틴 – 4초 들이마시고, 7초 참았다가, 8초 내쉬는 4-7-8 호흡법
  4. 신체 긴장 풀기 – 경기 전 승모근, 안구근 등 몸의 불필요한 긴장을 의식하고 풀기
  5. 기록 루틴 – 오늘의 감정, 몸 상태, 생각을 기록하며 해석 습관 바꾸기

이렇게 몸이 바뀌면, 해석도 바뀝니다.
해석이 바뀌면, 계획도 바뀝니다.
계획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지고 결국 삶이 달라집니다.

결국, 해석을 바꾸는 힘은 ‘존중과 사랑’에서 온다

경기장에서 눈치를 안 보고 나답게 경기할 수 있는 힘.
그건 단지 멘털의 강함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해석하는 방식이 건강해야 가능해집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설득하며 살아갑니다.
감독님, 동료, 부모, 세상…
설득의 기본은 신뢰와 호감이고, 그것은 존중과 사랑을 주는 힘에서 나옵니다.

이 힘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힘은 전전두피질 중심의 뇌 구조가 반복 훈련으로 활성화될 때 자연스럽게 자라납니다.

마무리하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훈련입니다.

저희 아이도 단번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같은 루틴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뇌는 점점 새로운 연결성을 만들어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해석, 더 나은 선택,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게 됩니다.

 

경기장에서 눈치를 보지 않게 되는 순간,

비로소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 시작됩니다.

 

간단한 호흡법을 아이와 함께, 저 자신에게도 적용해 보며

몸에서부터 정신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게 단련된 좋은 선수로 자라나길 기대해 봅니다.